제대로 알아가는 심리 분석반응형
제대로 알아가는 심리 분석의 포인트는 착각은 금물이란 것이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표현이 있다. 망막과 수정체에 마음이 선명하게 보일 리는 없겠지만, 아마도 인간은 자기 눈으로 상대를 보듯이 자신의 마음도 상대의 눈 이라는 통로를 통해 보일 것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나는 어린 시절 참 숫기가 없는 편이었는데, 언젠가 친구들 앞에서 춤을 출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나 부끄러워하다가 선글라스를 빌려 쓰고 나서는 이상할 정도로 용기가 나서 마이클 잭슨 춤을 열정적으로 추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마이클 잭슨도 그래서 춤을 출 때 선글라스를 썼던 것은 아닐까? 상대가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를 보고 있는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가? 약간 눈을 돌려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가? 아니면 자기 앞에 놓인 CD만 들여다보고 있지는 않은가? 자신의 마스코트 혹은 명품 가방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가? 원칙은 간단하다. 그 사람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이건 간에 그것이 그 사람이 상대하기에 가장 편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만약 그녀가 자기 가방을 보면서 이야기한다면, 적어도 그 사람은 가방을 가장 편안하게 여기는 타입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너무 멋진 나머지 그녀가 자격지심이 생겨 결국 자신이 가장 자랑할만한 명품 가방을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단순히 어제 산 가방이 정말 마음에 들어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나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 무엇인지는 알기 힘들지만, 사실 그녀 자신도 나에 대한 감정을 명확하게 인식하지는 못하겠지만, 확실한 것은 가방의 로고가 그녀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그녀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그녀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물건에 대해 나도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다.
"어, 그 가방 저도 잘 아는데. 유럽에서 요즘 인기 최고잖아요."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그녀의 관심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어서 드러내기 싫어하는 부분일 수도 있기 때문에 섣불리 관심을 보였다가 오히려 더 경계를 사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한두 번 떠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곧바로 화제를 돌려야 한다. 만약 그녀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어떤 남자는 '나를 무시하나? 왜 이렇게 나를 쳐다봐? 라고 생각할 것이고, 어떤 남자는 '어쭈? 나한테 관심이 좀 있나 본데? 한번 작업해볼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이런 느낌은 거의 본능에 따르는 것이다. 상대가 나보다 강한지 약한지를 따지고 성적 상대로서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를 순식간에 따지는 것은 거의 동물로서의 본질에 가까운 속성이다. 문제는 이때 착각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행동에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특정한 의도가 담겨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행동의 이유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섬세하다. 그저 그녀가 사람을 편하게 바라보는 타입일 수도 있고, 내 얼굴에 뭔가 붙어 있어서 계속 쳐다보는 것일 수도 있다. 나만 해도 성격이 소심한 편이어서 어릴 때 사람과 마주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러 열심히 상대 얼굴을 쳐다보려고 했었다. 결론적으로 사람은 사실을 냉철하게 판단하기보다 자기가 원하는 것에 더 충실하게 반응한다. 즉, 아무리 현실적으로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도 내가 그것을 원하면 나도 모르게 착각에 빠지고 만다. 따라서 상대를 파악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신의 본능이 이끄는 느낌에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나의 경험과 이성적인 판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좀 더 알기 쉽게 얘기하자면, 자신에게 그럴듯하게 들리는 결론은 최후까지 보류하라는, 그러니까 함부로 결정을 내리지 말고 신이 중하라는 것이다. 물론, 절대로 쉽지 않다. 사실 이런 것은 도를 닦는 과정이나 인간성을 키워가는 과정과도 같아서, 평생을 두고 훈련해도 쉽게 되지 않는 과제인 셈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정확히 말하면 좋아했던 융의 분석 심리 이론. 이 양반의 이론은 드넓고도 드넓어서 모두 다루기는 벅차고, 그냥 인격 분류에 대해서만 좀 설명하려 한다. 융은 세 가지 측면에서 인간의 성격에 극성이 있다고 했는데, 이를 네 가지로 바꿔 더 정교하게 만든 것이 요즘 흔히 쓰이는 MBTI 검사이다. 네 가지의 특성은 그 사람이 각각 어느 쪽에 관심이 있는지를 묻는 외향과 내향, 감각과 직관, 사과와 감정, 판단과 인식으로 이뤄진다. 첫 번째로 외향과 내는. 흔히들 '내성적이다' '외향적이다'라고 하는 이야기들이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인데, 우리가 외부 활동, 눈에 보이는 것 등에 관심이 있는지, 자기 내부의 사고나 생각, 신중한 이해 등에 관심이 있는가를 묻는다. 두 번째는 감각과 직관은 현재의 경험이나 실재하는 것을 느끼려 하는지, 미래의 가능성이나 전체적인 맥락을 보려 하는지를 묻는다. 세 번째는 사고와 감정은 원리원칙을 생각해서 지적으로 판단하는지, 느낌이나 순간적인 판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행동하는지를 묻는다. 네 번째는 판단과 인식은 정리·정돈하고 계획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보이며 목적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즉 개방성이 있는지를 묻는다. MBTT 검사의 경우 정식 검사는 검사지를 구입하여 전문 과정을 마친 사람에게 해석을 받는 것이 원칙이나, 실제로는 관련 서적도 많이 나와 있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관련 자료도 있다. 자가 테스트를 해보는 것도 괜찮지만, 마치 혈액형으로 보는 성격 검사 수준으로 쉽게 생각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용도 말했듯이 어떤 사람은 자신의 열등한 부분에 대한 콤플렉스를 끊임없는 노력으로 우월하게 만들기도 하고 자신이 되고 싶은 상태를 자신의 원래 상태와 착각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자신을 제대로 보여주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심리검사란 믿거나 말거나 하는 점괘가 아니라 그 내용을 토대로 자신을 파악할 수 있는 도구이다. 자신이 알고 있고 그럴듯해 보이는 내용만 보여주는 심리검사는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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