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을 위한 심리 팁반응형
회복을 위한 심리 팁을 알아보고자 한다. 트라우마의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는 많은 피해자는 대개 자신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에게 트라우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였을 때 뇌의 언어중추로 가는 혈류의 양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고, 오히려 감정이나 신체 증상과 연관이 있는 뇌의 편도체나 변연계로 가는 혈류의 양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한 트라우마의 기억을 이야기하면 불안 증상과 연관이 있는 자율신경계도 점차 흥분되어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트라우마의 피해자들은 트라우마의 기억을 떠올려 대화하면 할수록 더 힘들어지고 더 혼란스러워지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트라우마를 다시 기억해 내서 말하는 것이 마치 트라우마를 다시 생생하게 재경험하게 되는 것과 똑같은, 그야말로 끔찍한 경험이죠. 그래서 그들은 치료자에게조차 말하기를 꺼리고, 때로는 치료를 거부하고 회피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전문가는 트라우마 피해자들의 이러한 회피를 치료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그대로 중상을 유지하면 뭔가 얻는 이차적인 이득이 있기 때문에 치료자에게 말을 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죠. 그래서 초기의 치료자들은 트라우마 피해자들을 이러한 저항에 직면시켜 어떻게든 말을 하게끔 하는 시도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트라우마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가 더 넓어지면서 이제는 트라우마의 기억을 직접 다루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때로는 오히려 더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특히 트라우마를 반복해서 경험하였다든지, 혹은 너무 어린 나이에 트라우마를 경험한 경우에는 트라우마의 기억을 직접 다루려 하면 오히려 환자가 정서적으로 더 불안정해지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결국 트라우마의 기억을 처리하는 것보다 피해자가 먼저 안전감을 느끼고 스스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돕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트라우마의 치료는 피해자에게 위험이 다 지나갔으니 지나친 방어를 이제 풀라고 하는 것인데, 실제로 확실히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방어를 풀라고 하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트라우마에 대한 어떠한 치료적 도움도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깡패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응급실로 실려 와서 응급 치료받았지만, 만약 그 깡패들이 계속 응급실 주변에서 얼씬거리고 있다면 피해자는 절대로 안전감을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안정을 시키려 해도 피해자는 당연히 계속 불안해하고 두려워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피해자를 여전히 위협하거나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를 잘 파악하여 부정적인 요소가 있다면 우선 이를 차단하고 이에 대해 피해자 스스로가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충분히 안전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안전감의 확립 작업은 트라우마 치료의 1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급성 트라우마의 경우에는 대개 며칠에서 몇 주의 기간이 걸리지만 만성적인 학대를 받았거나 반복적으로 일어난 트라우마의 경우에는 몇 개월에서 몇 년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만성적인 트라우마 피해자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오랫동안 위협감과 불안감 속에서 지내왔기 때문에 세상이 안전하다는 생각을 거의 못 하고 살아왔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감을 느끼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이 진정으로 안전감에 대한 확신을 가지려면 아무래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이들에게는 자신의 신체적인 증상이나 불안정한 감정에 대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통제감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안전감과 통제감은 결국 피해자 스스로가 터득하고 느낄 수 있어야 하지요. 충분히 안전감을 확보하고 난 뒤에는 트라우마의 기억을 처리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는 트라우마 치료의 2단계로서, 본격적으로 트라우마의 기억을 떠올리고 이를 말로 이야기해나가는 것을 돕는 작업을 말합니다. 외상의 기억은 대개 압도적인 감정과 신체의 기억이기 때문에 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피해자는 트라우마의 기억을 아예 무감동하게 이야기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감정에 압도되어 말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치료는 피해자들이 안정된 상태에서 조금씩 언어로 트라우마의 경험을 삶의 이야기로 재구성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피해자는 조금씩 힘을 얻어가면서 얼어붙은 이미지와 압도되는 감정 그리고 조각난 감각의 파편을 하나하나 모아 이야기 기억으로 통합해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힘든 과정으로 종종 피해자들은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다가 트라우마의 이미지나 감정에 완전히 압도되어 마치 지금 현실에서 여전히 트라우마를 받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가 트라우마의 기억을 조금씩 떠올리면서 동시에 현재의 안전한 상황에 집중하도록 치료자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합니다. 피해자가 견딜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심스럽게 이러한 치료 작업을 해나갈 때 피해자는 트라우마의 기억에 압도당하지 않으면서 서서히 이야기 기억으로 통합해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치료 과정은 트라우마의 기억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트라우마의 기억을 이야기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트라우마의 기억이 처리되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피해자는 트라우마로 인해 생긴 상실감을 크게 느끼게 됩니다. 트라우마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읽었고, 쌓아온 경력과 직업을 잃었고, 신체적인 건강까지 잃었다면 트라우마의 처리 과정에서 상실감은 당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다 보면 피해자들은 종종 깊은 슬픔과 절망감에 빠집니다. 이렇게 슬픔과 절망감에 빠지는 것은 너무나 힘들고 건달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간혹 피해자들은 이러한 감정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복수심이나 원망에 빠지거나 혹은 너무 서둘러 가해자를 용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도 빠지게 됩니다. 슬픔이나 절망감보다 차라리 화를 내고 원망하고 재빨리 용서하는 것이 더 견딜 만하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상실감의 회피는 결국 트라우마로부터의 회복을 더디게 할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상실감은 결국 피해자가 견뎌내야 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트라우마의 기억을 떠올리고 이야기할 때마다 슬퍼지고 절망스럽겠지만, 그래도 이를 조금씩 견뎌내고 받아들일 때 트라우마는 서서히 그 강렬함 과 특별함을 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상실감으로 인해 자주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겠지만 서서히 그 슬픔은 삶의 중심에서 멀어져가는 것이죠. 트라우마 치료의 마지막 단계는 고립감에서 벗어나 사회적 연결을 다시 만들어 가면서 새로운 삶을 발전시켜나가는 연결의 복구 과정입니다. 트라우마로 인해 철저히 단절되고 고립된 삶을 살아온 피해자들은 트라우마의 기억을 처리하면서 어느 정도 회복이 되면 다시 주변 사람을 신뢰하고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세상에 나만 혼자가 아니고 누군가와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 결속감은 트라우마를 경험한 피해자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아주 커다란 힘이 됩니다. 트라우마로 인한 후유증은 어쩌면 피해자의 삶을 통해 계속해서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트라우마로부터의 회복 과정을 통해 그것이 견딜 수 있는 인생의 아픔이 되어갈 때 우리 인간은 트라우마가 생기기 전보다 더 깊이 있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앞으로 더 나아갈 수는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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